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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 닭가슴살 토스트

jaewonsenbye 2026. 5. 7. 23:24


카페에서 밀린 작업을 마무리하고
반납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도서 한 권을 들었다.

하천가와 산책로를 잠시 고민하다
햇빛이 끔찍히 강한 탓에
그늘진 산책길 벤치를 선택했다.

인도와 도로의 경계가 모호한 다리를 건너는데
고소한 마가린 냄새에 코끝이 먼저 반응하더니
반평남짓 토스트매점에 눈길이 고정 -

“요즘에 이런 곳에서 누가 토스트를 사먹나..”

”토스트 2,000원“
“닭가슴살 토스트 3,000원”

평소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이 투철했던 나로써
이삼천원이라는 기회비용은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으로 다가올 것을 직감했다.

그렇게 플라스틱 커튼 갈래를 비집고 입장-

가게 사장님은 인상 좋은 육십대 어머님
조용하고 차분하신 성격에
이곳에선 누구든 여유를 유지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손님이
토스트 세 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토스트 - 2,000원
닭가슴살 토스트 - 3,000원
감자버터구이 - 5,000원
아이스 커피 - 2,000원
냉매실 - 3,000원

깊게 고민할 필요없이
닭가슴살 토스트를 선택
카페에서 방금 나온터라 음료는 패스.

계좌이체를 미리 준비하던중
그녀의 토스트가 다 되었나보다.

“먹을거에요?”

- 어라? -

“…”

“두 개는 바로 먹을 거고 하나는 싸갈거에요”

- 아하 -

바로 먹을거에요?라는 의미가 담긴
두 보는 먼저 앞선 물음에
그녀 또한 잠깐의 멈칫-

완성된 토스트는 생각보다 훨씬 거대한 사이즈로
기대감은 더 부풀어만 갔다

- 어서!! 이제 내 토스트를 만들어줘!! -

먼저 온 손님의 토스트를 모두 완성하고 나서야
적당한 온도의 철판 위에 마가린을 녹이고
큼직한 토스트 빵 두 장을 나란히 올린다

그녀의 손이 빠르지는 않다는 사실을
이미 알아차렸던 덕분에
시선 아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며 느긋하게 기다렸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비커에서
계란물을 옆에 붓곤

식빵에 케찹을 펴바르고
냉장고에서 꺼낸 봉투
모짜렐라 치즈를 빵 위에 놓고 천천히 녹길 기다린다

어느새 시선은 책에서 반대편 철판위로..

뒤집개를 양손에 든 채
적당한 타이밍을 가늠하는
어머님의 모습이 어쩐지 귀여워서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두툼하게 잘 익은 계란과 치즈 사이로
겉면이 먹기 좋게 바삭해진 두 빵을 포개고 나면 완성!

“먹을거에요?”

- 역시나! -

미리 말 뜻을 이해했던 나는
당황한 기색 없이 대답한다

“네 가면서 먹으려구요 ㅎㅎ”

종이 포장지로 먹기 좋게 잘 담아진 토스트를 받으며

“와 엄청 큰데요?”

- 흐뭇해 하시며 웃으시는 어머님 -

“옆에 휴지도 챙겨요”

벽에 걸려있는 두루마리 휴지를
몇 장 돌돌 말아 챙기고
가게에서 나온다

“많이 파세요~”

따뜻한 햇살, 선선한 바람
그리고 손에 든 토스트 하나.

벤치를 향해 걸어가는 것뿐인데..

가슴 깊은 곳에서 부터 느껴지는

엄청난 행복감!!!!!!!


3,000원의 지출로
이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니..

뭔지 모르게 어린 아이가 된 것 같은
몽글몽글 뿌듯한 감정이 밀려왔다

노점에서 어느정도 떨어진 벤치에 앉아
토스트를 한 입..

퐁실퐁실한 계란과
바삭하게 잘 구워낸 빵
적당한 케찹의 농도와 중간 중간 씹히는 닭가슴살..

크게 한 입 더 물고나니
입가에 케찹이 묻어나온다

“아.. 휴지..!”

휴지를 챙기라던 사장님의 센스에 감탄

입가에 묻은 케찹을 닦아내며
기분이 또 좋아지는 나였다

30분 정도 책을 읽던 중에
괜시리 노점을 의식하게 되었는데

결국 이후에도 손님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딘가 씁쓸한 마음을 남긴채 집으로 향한다

다음엔 매실차도 먹어봐야겠다